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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울어진 땅 평평한 바람 Jiyoung Keem Solo Exhibition, Tilted Land Even Wind

기울어진 땅, 평평한 바람_포스터
전시작가김지영/ Jiyoung Keem
장르사운드,설치, 회화/ Installation, Sound, Painting
전시기간2015.11.19 - 2015.12.10
오프닝2015.11.19 목요일 06:00pm
주최오뉴월 이주헌
후원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입장료/관람료없음
관람가능시간 및 휴관일11:00 - 18:00 / 전시기간 중 휴관일 없음

전시 서문

오늘의 성장
손송이 | 미술비평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예전에 사람들은 과일이 씨앗을 품고 있듯 자기 안에 죽음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썼다. 말하자면 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죽음을 예비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때로는 죽음이라는 식물을 감싸고 있던 장막이 조금 걷히고 그 이면을 우리가 엿보게 될 때도 있다. 김지영은 이번 전시에서 그 보편적인 죽음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다와 바람은 어떤 장막처럼 많은 사람들을 한 날 한 시에 가렸다. 출렁이던 수면은 이내 다시금 평평해졌다. 태연하고 고요하게. 그리고 두 발을 딛고 있던 땅은 각도를 달리하여 기울었다. 사람들은 기울어진 땅 위에서 한쪽 어깨가 들리거나 한쪽 다리를 비스듬히 놓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곤 했다.

실제로 《기울어진 땅 평평한 바람》의 전시 공간 바닥에는 각도를 달리하여 기울기가 들어가 있다. 떨어지는 물과 조명 설치를 포함한 <바닥> 작업에서는 기울기로 인한 높낮이의 차이를 통해서 각각의 방들이 어떤 흐름을 가지고 서로 스미고 이어진다. 그리고 이 기운 땅들은 각각의 상태를 반영하는 어떤 지표나 은유 같다. 이를 테면 죽음이라는 식물이 만개한 순간을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는 <오늘의 성장>에서는 바닥의 기울기가 가장 급격하며, 작가 스스로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죽음을 마주한 작업인 <파도>에는 그 기울기가 가장 완만하다.

전시 공간이 만들어내는 어떤 흐름 속에서 각각의 작업들은 작가에 의해 주관적으로 매개된다. 다시 말해 김지영은 작업 속 풍경이나 사건을 지시적으로 재현한다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거친 풍경이나 사건을 드러낸다. 예컨대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파도>에는 그 파도에 대응하는 지시체를 찾을 만한 어떤 단서도 작품 내적으로 찾을 수 없다. 그저 모든 것이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은 정지된 순간에, 수직으로 세워져 언젠가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악천후의 파도가 거기 있을 따름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작가가 손에 세게 힘을 주어 그린 나머지 군데군데 종이가 벗겨진 부분들도 보인다. 이는 그녀가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두기를 짐짓 시도하기보다 대상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구조적 폭력 내지는 폭력적 구조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그 발화의 여러 형식이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기저에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부각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보는 일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다. 어떤 사안에 대한 발언하는 일 자체가 정치적 이용의 혐의를 받곤 하는 이 수상한 시절에,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한 젊은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의 몸으로 꾸준하게 시간을 견디며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갤러리 현대의 윈도우갤러리에서 전시(2015. 5. 27.-6. 22.)되었던 김지영의 <4월에서 3월으로>는 달력 형식으로 종이에 매일의 파도 한 조각을 연필로 그려 선적인 시간축 위에서 일 년 동안의 공간을 기록한 작업이다. 숫자는 소거되고 그리드 안으로 무늬가 서로 다른 물결들이 가득 들어찼다. 작품명을 ‘4월에서 3월로’가 아니라 ‘4월에서 3월으로’라고 의도적으로 잘못 기입한 것도 이상했던 지난 일 년을 마주하는 작가의 심정이 반영되어 있다. 매일의 풍속 또한 <바람>에서 일 년 동안 기록되어 북소리로 전환된다. 풍경과 소리를 매개로 매일 긴 기간 동안 그 사건을 체화하려 시도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벗어날 수 없는 어떤 물리적 취약성으로서의 폭력을 이해하게 되고, 그런 다음에야 그녀는 자기검열과 나르시시즘적 죄의식에서 얼마간 조심스럽게 거리를 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로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제 서야 비로소 ‘자신의 북소리’를 따라 성큼성큼 걸음을 앞으로 내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부분과 전체의 상호적이고 다층적인 관계에 대한 서술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고 있다. 달력 속 바다들은 조각보처럼 시간축 위에 서로 이어져 있으며, 멀리 퍼지는 북소리는 전시장을 가득 채운 공기에 물결 비슷한 여러 떨림을 만든다. 사회 속에서 미술을 하는 개인이 할 수 있는 혹은 해야만 하는 역할에 관한 작가의 질문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죽음과 보편적인 죽음이 배를 맞대고 있다는 이야기도 그러하다.

여러 번 얇게 칠을 하여 형태를 잡아간 스무 장의 초상작업인 <수면>에는 작가 자신과 그녀의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 지인의 가족과 지인들의 잠든 얼굴이 그려져 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불그스름하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한 낯빛의 여러 얼굴은 일견 익사체를, 그리하여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세밀하고 명확하게 묘사된 얼굴의 부분들을 보고 있으면, 레비나스가 『어려운 자유: 유대교에 관한 논집』의 「윤리학과 정신」에서, 얼굴이 ‘인간의 몸에서 가장 벌거벗은 부분’이기 때문에 살인에의 욕망과 동시에 살인이 불가능하게끔 하는 저항을 이끌어낸다고 말한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자기방어를 목적으로 살해하고 싶어지는 타자의 얼굴은 자신에게 호소하는 얼굴이고, 거꾸로 자신이 박해자가 되지 않게 하는 얼굴이 된다.이 초상작업에서 다양한 시선들 역시 시차를 두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즉 우리는 작가와 작가의 가까운 지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주함과 동시에 그들이 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그들과 가까운 다른 누군가의 시점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작가에 의해 재매개된 시선과 전시를 보러 온 다른 이들의 시점도 같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기울어진 땅 평평한 바람》은 이 다층적 연결을 발화하는 하나의 ‘문장 구조’이다.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서 눈을 감고 어둠을, 떨어지는 물소리를, 심장박동과 유사한 북소리와 바닥의 기울기를 느껴보자. 그런 다음 눈을 떠 바다와 바다를 둘러싼 맥락의 변화를, 분명하게 식별 가능한 얼굴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마지막으로, 작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이 문장을 천천히 발음해보자. 그럴 경우 이 문장의 의미가 가장 덜 오해될 것이다.

Today’s Growth

Songi Son (Art Critic)

Rilke wrote in his book The Notebooks of Malte Laurids Brigge that “before people knew that they had death inside them like the seed inside a fruit.” In other words, people are preparing for death from the moment they begin their lives. Sometimes we are able to see the other side of death when the curtain wrapping the death plant is partly lifted. In this exhibition, Keem Jiyoung would like to talk about that universal potential of death. Like a curtain, the ocean and wind covered many people all at once. The surging surface soon became smooth. It became calm and still. The land where we lay our feet, changed its degree and tilted. On the tilted land, people stood in a half-risen way with one shoulder up or one leg aslant.

In fact, the exhibition floor of Tilted Land, Even Wind has been tilted with different degrees. In the artwork Floor including falling water and light installation, the rooms soak in and connect to each other with a kind of flow through the different degrees of the slope. These tilted lands are like an index or metaphor reflecting each of its situations. For instance, where the we can directly witness the moment when the death plant fully blooms in Today’s Growth, the slope of the floor is sharpest. The slope of the floor where Wave is, is most gentle; Wave is a work in which the artist faced death with overwhelming emotions.

The artworks are subjectively mediated by the artist in some flow that the exhibition space created. In other words, Keem Jiyoung does not directively reproduce a landscape or happening in her work; rather she exposes a rough landscape and happening through her personal experience and memory. For example, inside Wave(charcoal on paper), there is no clue of what the wave is referring to. There is merely a wave, one we can see in a foul weather, that looks like it will pour down on our face standing vertically, during a suspended moment when everything seems like it is holding its breath. If we look close enough, we can see the paper is peeled here and there because the artist drew hard. It can be said that this is not simply an attempt to objectively distance herself from the object; it is more of an expression of her will to accept and talk about the situation the object is laid in.

Yet, this is not easy because the many forms of speaking of society’s structural violence or violent structure are considered outdated, and because there is an underlying demand to ask back whether the artist is using ‘other’s pain’ in order to emphasize oneself. In a strange time when one can be suspected of political exploitation for speaking of an issue, the young artist nevertheless is determined to talk, and the only thing she can do is to steadily bear the time with her body, to remember it and to record it. Keem Jiyoung’s From April into March which was exhibited in Gallery Hyundai’s window gallery from 27th of May to 22nd of June 2015, is a work of art in which the artist drew a piece of wave of each day with pencil like a calendar; she recorded the space on a linear time base for a year. Numbers are erased, and the differently patterned waves fill in the grid. The title of the work, which is intentionally entered incorrectly as “From April into March”, not “From April to March”, portrays the artist’s feelings of encountering the past year. Everyday’s wind speed is also recorded for a year in Wind and converted into drum sound. By attempting to feel the case in person everyday for long periods of time through landscape and sound, she understood the violence that we alone cannot escape from, as a kind of physical weakness. Only then was she able to carefully distance herself for a while from self-censorship and narcissistic sense of guilt. To borrow Thoreau’s expression, at last for the first time, she was able to step forward to ‘the drum sound which she heard.’

To sum up, a description of the mutual and multilayered relationship of the parts and whole is penetrating this exhibition. The oceans in the calendar are linked to one another on a time base like scraps of cloth, and the drum sound spreading afar makes many vibrations like a wave on the air filling the exhibition space. Not only the question regarding the role of an artist, of what one individual could or should do in society, but also the story of the confrontation of individual and universal death are both dealt in this exhibition.

In the twenty-page portrait work Sleep (which also means ‘the surface of the water’ in Korean), formed by thinly painting many times, are asleep faces of the artist herself, her family, friends, the family of her friends and the friends of her friends. At a glance, the many faces with tangled hair, reddish and bluish face color, recalls drowned bodies, and therefore recalls death. When looking at parts of the elaborately and clearly depicted faces, we may be reminded of what Levinas said in his “Ethics and Spirit,” in Difficult Freedom: Essays on Judaism; because the face is the most naked part of the human body, it simultaneously draws the desire to kill and the resistance that makes killing impossible. The other’s face, which is a face that makes us want to kill due to self-defense, is also a face that appeals to us and in reverse is a face that does not make us an oppressor. The various gazes in this portrait work are connected to each other as well with the difference of time. That is to say, we face the artist and her close friends one by one and at the same time experience the perspective of those who photographed them asleep. Moreover, we are able to experience the remediated perspective of that artist and the perspective of the people here to see the exhibition.

Tilted Land, Even Wind is a ‘sentence structure’ that ignites this multilayered connection. Let’s first enter the exhibition space, close our eyes, and feel the darkness, falling sound of water, the drum sound like a heart beat and the slope of the floor. Then let’s open our eyes, see the sea and the change of context surrounding the sea, and closely examine the clearly distinguishable faces. Finally let’s open our mouths and take our time in slowly pronouncing this sentence, just as the artist did. Then the meaning of this sentence will be least misunderstood.

 

Translation by Wonjung Nam

전시 전경

전시 작품

김지영, 파도

김지영, 파도,  종이에 목탄,  150 X 247 cm, 2015
Jiyoung Keem, Wave, charcoal on paper, 150 X 247 cm, 2015

김지영, 바닥

김지영, 바닥, 나무바닥에 조명과 물, 전시공간 전체, 2015
Jiyoung Keem, Ground, water and light on wood floor, the entire exhibition hall, 2015

김지영, 수면

김지영, 수면, 종이에 아크릴, 20점, 각 38 x 33 cm, 2015
Jiyoung Keem, Sleep, acrylic on paper, 20 pieces, 38 x 33 cm, 2015

김지영, 바람

김지영, 바람, 오디오 루프, 02:41:05 sec , 2015
Jiyoung Keem, Wind, audio loop, 02:41:05 sec, 2015

김지영, 오늘의 성장

김지영, 오늘의 성장, 바닥에 메마른 화분, 가변설치, 2015
Jiyoung Keem, Today’s growth, dry pot on the floor, variable siz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