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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여성, 한국: Never Ending Song_Focus Female Korea: Never Ending Song

기획송고은 / Goeun Song
참여작가금선희, 최찬숙 / Soni Kum, Chan Sook Choi
장르영상, 설치 / Video, Installation
오프닝2017. 06. 9 (토) 오후 7시
전시기간2017. 06. 10(토) - 2017. 07. 02(일)
장소마인블라우(MEINBLAU)_ Christinenstraße 18-19, 10119 베를린, 독일
후원Bezirksamt Pankow von Berlin, Amt für Weiterbildung und Kultur, FB Kunst und Kultur
주최 및 주관스페이스 오뉴월, 마인블라우(MEINBLAU), 논 베를린(NON Berlin)
입장료/관람료없음
관람시간 및 휴관일목-토요일 14:00-19:00
전시 서문

포커스 한국, 여성: Never Ending Song’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까’

‘끝나지 않은 노래’[1]는 이렇게 시작된다. 시는 읽는 이에게 저마다 다른 감상을 허용하지만 여성학자 정희진이 다음과 같이 쓴 문장, “여성은 처음부터 시작한다. ‘같은’ 억압에 반복해서 대응해야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한다.”[2]와 나란히 읽힐 때 이 시의 구절들은 여성주의의 오랜 오역의 역사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 사건들 사이에 묘한 접점을 만든다. 그 교차점은 이 전시에도 공유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17일 새벽, 서울의 강남역에서 발생한 살해사건은 이 노래를 또 반복하게 했다. 1.7일당 한 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3]을 느낀다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대상 살인 사건은 더 이상 큰 주목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뉴스는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이례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최근 한국 사회를 일깨운 여성주의에 관한 새로운 감각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동서양의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여성에 대한 인류의 그릇된 통념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적 특성만은 아니다. 하지만 서구에서 바라본 비서구권의 여성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종종 각별한 시점을 부여 받기도 한다. 이런 시각은 여성학이란 하나의 학제만을 통해 설명될 수 없으며 매우 광범위한 차원의 지식 생산과 역사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이다. 이 관점은 ‘대상화’에 대한 윤리의식의 작동이 타자 즉, 피해 당사자를 논의의 중심으로 세우는 것이 타당하다는 ‘정치적 올바름’을 형성시키기도 한다.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2일까지 베를린의 마인블라우(MEINBLAU)에서 열리는 ‘포커스 한국, 여성: Never Ending Song’은 단순한 인식론에 기대어 단일 개체로 정의될 수 없는 ‘한국 여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오히려 (거의) 모든 역사에서 주변화된 여성의 기억과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근대 합리주의의 판단으로 배제된 ‘사소한 경험과 감정’들에 주목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최찬숙과 금선희는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특수한 역사적 사실 안에 숨겨진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미학적 언어로 재환원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과거부터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을 구성한 중요한 역사적 지점을 관통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성 대결 구도 역시 단순히 SNS로 화제가 된 몇몇의 여성혐오 사건에 기인되기보다 지난 시대의 역사성과 사회 전체 구조를 통한 다각적인 해석과 관점으로 그 논의를 확장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런 논점들의 성립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거대한 서사에 휩쓸린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전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전해지지 않는 지식과 경험, 한국 여성의 역사

 

한국의 여성주의 역사는 김명순(Myung-sun Kim)[4]과 나혜석(Hae-seok Na)[5], 윤심덕(Shim-deok Yun)[6]이 ‘신여성’이라고 불리던 192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후 이승만 정권에 이른 1950년에는 최초의 여성 단체가 만들어졌다. 당시 전문직 여성을 중심으로 여기자 클럽, 여성항공협회가 발족되며 여성커뮤니티의 기틀이 마련된다. 그러나 그 해 6월 25일 한국 전쟁 발발로 약 50만 명의 여성들은 전쟁미망인으로서 가사노동과 자녀양육, 노부모 봉양 같은 전통적 여성 역할은 물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존의 남성역할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는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론 여성의 사회 참여를 증대시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 남성부재의 현실이 점차 완화되며 정부는 각 부서를 통해 다양한 ‘현모양처론’을 설파했는데, 이것은 여성들에게 선포된 가정으로의 복귀를 의미했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정부는 취약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 발전과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성장제일주의, 민족주의, 가족주의를 결합해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어냈다. 1970~80년대는 노동력의 희생과 산업화에 저항하는 민중운동이 성장했으며 유신체제가 무너지며 80년대 후반과 90년대 비로소 정치적 민주화를 통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물결은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지형도에도 영향을 미쳐 2005년 호주제 폐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나름의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진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성혐오 사건에 대해 새로운 세대가 품는 ‘주어 없는 질문들’과 어떤 사명감은 여성주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돌아온 할머니와 탈출한 엄마, 그리고 그딸

나의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76학번으로 대학을 입학해 졸업 후 무료 피임시술을 주요 업무로 했던 ‘가족계획협회’[7]에 근무했다. 외삼촌도 못 보낸 대학을 간 엄마 때문에 난리가 났던 외갓집에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엄마의 경제적 도움이었다. 한편 나의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80년대 초반, 일본에 건너가 20년이 흐른 후에야 고향에 돌아오셨다. 할머니는 한국전쟁 이후 ‘현모양처’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장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혹은 자유를 위해) 타국에서 불법이민자의 삶을 감당했다고 한다. 이곳에 개인의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특정한 주관적 경험에 애도를 표하기 위함은 아니다. 오히려 그 모양과 깊이가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씩은 소유하고 있을 법한 보편적 사실들을 소환해내기 위함이다. 이런 잠재된 기억의 소환은 자신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또 현재의 위치가 어디인지 말해준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여기서 나누게 될 대화를 좀 더 깊은 차원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이주 여성들의 궤적을 탐색하고 있는 최찬숙은 ‘Choi & You’를 통해 과거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경험을 새로운 관점에서 되짚어볼 수 있게 한다. 이 작업의 출발은 가족 중 작가 자신과 유일하게 ‘여성 이민자’의 삶을 공유한 일본인 친할머니의 오래된 유품들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작가는 할머니의 자취를 따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베를린을 오간 흔적들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영상에 등장한 이동 경로는 할머니의 사진첩 속에 등장한 실제 장소들을 따르고 있다. ‘Choi & You’의 영상이 ‘You’의 흔적을 좇고 있다면 시리즈를 이루는 동명의 설치 작품은 끝내 붙들지 못한 ‘You’의 그림자와 유랑을 마친 ‘Choi의 여행기’이다. 전시장에 무심히 놓인 이 작고 평평한 바다는 한낮과 한밤의 시간을 초월해 유유히 흐른다. 한 번도 나란히 걷지 못했던 ‘Choi’와 ‘You’의 가장 완벽한 동행은 이 수면 위에 재현되고 있다.

 

최찬숙이 디아스포라의 궤적을 더듬으며 그 여정에 올랐다면 금선희는 자신만의 새로운 경로를 구축한다. 현재는 한국 시민권자이지만 재일교포 3세로 일본의 북한계 커뮤니티에서 자란 그녀의 성장 배경은 예술가로서 사회의 극과 극을 아우르게 하는 특수한 관점을 형성하게 했다. 금선희의 이런 관점은 내부인이자 이방인으로서 1990년대 후반 북한의 대기근에 대한 작가 고유의 시선을 다룬 ‘Offering, Seven Boats’를 통해 잘 나타난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 무속신앙의 한 형태인 ‘기메(Gime)’를 차용한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으로 제도와 규범을 뛰어넘는 예술로서의 애도를 표한다. 그녀의 애도는 한국 전쟁 이후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주역’으로 전제된 ‘남성’ 주체도 결국 ‘여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위계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분명 한국의 근현대사와 여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그녀와 그녀의 딸들로부터 채집된 개인적 경험과 기억이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의 견지는 더욱 다양한 범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표준적 기준들에 의해 주변화된 대상들 모두 여성주의적 인식과 동일한 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제시되는 여성주의적 관점들이 여전히 우리를 얽어맨 관습적 인식에 대한 반성적 시도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여기서’ 꼭 듣고 싶은 ‘다른 노래’를 위해.

 

 

[1]이희중, 『참 오래 쓴 가위』 중 ‘끝나지 않은 노래’, 문학동네, 2012, (p.116-117): 정희진 외 5명,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현실문화, 2015,(p.92) 재인용.

[2]정희진,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 정희진 외 5명,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현실문화, 2015.(p.98)

[3] 1983년 한국 사회 최초로 폭력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한 NGO단체 ‘한국여성의 전화’ 분석, 2015.

[4]김명순은 한국의 근대문학 초기 한국의 문단을 이끌었던 여성 문인이자 번역가이다.(1896~1939)

[5]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김명순과 함께 번역가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다.(1896~1948)

[6]한국 최소의 여류 성악가였다.(1897~1926)

[7]가족계획의 계몽선전 및 피임법의 보급 등을 위해 1961년 창립되었다.

작품 이미지

최찬숙, <Choi & You> , 2017, 단채널 영상 및 설치
Chan Sook Choi, Choi & You , 2017, Single channel video and installation

최찬숙, <FORGOTTEN> , 2016, 각 21 × 30 × 3 cm, 32개, 투명인화지 위에 프린트, 레진
Chan Sook Choi, FORGOTTEN , 2016, each 21 × 30 × 3 cm, 32 works, prints on transparent foil

금선희, <Offering, Seven Boats>, 2015, 퍼포먼스 영상 및 설치_스틸 이미지
Soni Kum, Offering, Seven Boats, 2015, Performance video, installation_still image from a video

금선희, <Learning Gime from a shaman>, 2015, 영상 기록_스틸 이미지
Soni Kum, Learning Gime from a shaman, 2015, Video documentation_still image from a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