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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어딘가에, 아무 곳도 아닌 Young-Hwan Choi Somewhere, Nowhere: Unhomely Home

전시작가최영환 / Young-Hwan Choi
장르사진, 설치, 영상 / Photography, installation, media
오프닝2017. 2. 21 / 6pm
세미나2017. 3. 10 / 7pm <현대 도시 그리고 빈 집>
전시기간2017. 2. 21 - 3.11
장소서울시 성북구 성북로8길 8-6, 오뉴월 이주헌
입장료/관람료없음
관람시간 및 휴관일월-일 11:00 - 18:00 / 일, 공휴일 휴관
전시 소개

최영환 작가의 개인전 <어딘가에, 아무 곳도 아닌_Somewhere, Nowhere : Unhomely Home> 이 2월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오뉴월 이주헌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도심 주거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두 개의 패러다임, 개발과 보존, 사이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진 ‘제3지대(현저 1번지)’에 관한 이야기다.

“에드거 앨런 포우(Edgar Allan Poe)는 그의 소설 『어셔가의 몰락(Fall of the House of Usher)』에서 ‘버려진 집’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에 관해 치밀하게 분석했다. 저자는 건축물의 물리적 변화와 거주자의 삶에 궤적을 연계함으로써, ‘사람’과 ‘거처’를 동일시했다. 이 때문에 그의 소설 속 폐허가 된 집이 내뿜는 음울함과 괴기스러움은 단순히 냉혹한 공포로만 다가오는 것 아니라, 서서히 몰락해 가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비애로 이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에 산재한 ‘버려진 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_작업 노트 중

전시 서문

당신은 어디에 사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딘가에서 ‘산다는 것’, 거주는 삶과 맞닿아 있는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산다는 것’, ‘사는 곳’을 최영환은 주목한다. 미국 유학 시절의 작업 ‘두 시간의 설리번 빌딩과의 대화’나 2011년부터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북동 재개발 이슈에 포커스를 맞춰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네스토리 닷컴’, 주민들과 함께 시를 짓듯 문장을 만들고 거울 구조물을 이용해 성북동 집과 골목에 그 글을 비추는 작업 ‘사라지기 쉬운 현수막’ 등은 그의 일관된 고민과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번 전시 ‘어딘가에, 아무 곳도 아닌’을 통해 그 고민을 확장하여 이어간다. 작가가 주목한 장소는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이다. 현저동은 10여 년 동안 버려진 동네다. 금싸라기 같은 서울 땅에 버려진 마을이 무슨 말이냐고 묻겠지만 이미 서울에는 8만여 채의 빈집이 존재한다. 그 마을과 집 들이 비게 된 연유는 제각각이지만 현저동은 수익성 부족으로 재개발 계획이 철회된 경우다.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되어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마치 유령이 나올 듯한 풍경 속에서 아직도 약 50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작가는 새로 이주한 아파트 주위를 돌아보다 이곳을 발견했다고 한다. 서대문형무소 앞 ‘옥바라지 골목’이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목격했고 공원과 아파트 단지에 가려진 이곳 현저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작가는 유리창이 깨지고 쓰레기가 널브러진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했고 마치 작업실이 할 수 있는 작업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당신이 이곳에 산다면?’ -는 미국 작가 마사 로슬러Martha Rosler의 1989년 프로젝트 ‘If You Lived Here’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따왔다- 이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부이고 그 시작을 알리는 작업이다.

작가는 현저동 어느 버려진 집 한 켠에서 마주친 벽화에서 작업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자화상으로 보이는 인물의 시선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되어버린 까마귀 부리의 빵을 좇는다.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빵을 쫓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렇게 최영환은 알 수 없는 누군가와 공감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전시장으로 끌어 들여 ‘공감’을 관객들과 다시 나누고자 한다. 자신의 집 반경 1.5km를 돌며 발견하고 바라봤던 풍경은 영상으로 담겼고 현저동에서 작업실을 준비하고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저동에서 발견한 수백 장의 ‘일수’, ‘대출’ 홍보지와 재개발 조합 사무실이었던 현재 작가의 작업실에는 재개발에 대한 환상, 비전을 담은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그 중 재개발된 풍경을 보여주는 조감도는 망점으로 이루어져 프로젝션 빔 영상으로 마치 그 재개발에 대한 허망한 환상을 보여주듯 흰 벽 위에 떠 있다.

작가는 각 건물과 토지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등기부등본에는 건물이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집들이 놓여 있는 땅의 소유권은 조각조각 나뉘어 있었다. 결국 존재하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 집들은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닌 곳이 되었다. 작가는 소유권이 조각난 집들의 운명을 보여주듯 하나하나 촬영했던 집 사진 이미지를 조각냈다. 헌데 등기부등본에는 애초 그 땅의 주인이 국가였고 어느 시기에 민간에 불하하고 다시 환매(되사기)한 흔적이 보인다. 이는 아마도 ‘국가’ 혹은 관공서가 살던 사람을 직접 내쫓지 못해 민간에 이양했다가 살던 사람을 떠나보낸/내쫓은 후 다시 땅을 매입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단서들과 함께 작가는 자신의 손으로 현재 현저동에 살고 있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해서 그린다. 아무 곳도 아니게 된 이곳에서 잊혀간 그 사람들을 누군가는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버려진 마을과 사라지는 마을들에 대해 작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작가는 ‘아무 곳’도 아닌 그곳을 끈질기게 바라본다. 예정된 실패를 또다시 반복하는 이 일에는 희망도 동정도 없다. 이처럼 예술가의 숙명을 잘 보여주는 작업이 있을까.

서준호(스페이스 오뉴월 대표)